기후정책 [논평] 탄소중립 이행 원년, 기후정상회의 선언은 충분한가? 2021-04-22


 

NDC 상향은 과학적인 모델을 따라야… 2017년 대비 24.4% → 59% 이상 감축 계획 필요 

인니 자와 9·10호기, 베트남 붕앙-2, 호주 바이롱 광산 사업 중단 없이는 공허한 선언

 



한국시간 22일 오후 9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최로 40개국이 참여한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강화된 기후대응 행동을 선언했다. 하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의 중단과 국내에 추가적인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를 금지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NDC 상향 약속은 환영할 만한 일인 동시에 한국의 국제적 지위와 경제규모에 있어서 당연한 책임이다.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NDC로 비판받아왔던 한국이 2021년을 기점으로 ‘기후악당’의 오명을 벗을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가 올해 진지하게 NDC 상향을 논의하려면 정치나 경제적인 논리가 아닌 과학적인 모델을 따라야 한다. 한국은 파리협약 1.5 °C 준수를 위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억 9000만톤 이하로 감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국의 새로운 NDC에는 2017년 배출량 기준 59% 이상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정부의 해외 석탄금융 지원을 중단하고 국내 추가 석탄발전소 허가를 금지하겠다는 선언은 다소 마뜩잖다.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대로 이 미 석탄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사양화의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정부의 선언은 결단이 아니라 불가피한 결정에 가까워 보인다. 또 대표적인 해외 석탄 투자 사업인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베트남 붕앙-2,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은 그대로 추진된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전 세계적인 탈석탄 노력”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기존 해외 석탄 사업들을 결단력 있게 중단해야 한다. 국내에서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적, 환경적인 한계가 지적돼 논란을 빚어온 삼척블루파워를 비롯한 신규 석탄발전소를 전면 재검토하고, 조속한 석탄발전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이번 선언과 함께 해외 석탄투자를 대신할 유망 분야로 가스터빈 생태계를 제시했다. 그러나 UNEP가 지적한 바와 같이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석탄뿐 아니라 천연가스와 석유에 대한 감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천연가스의 추출-액화-수송 등 전체 생산주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안하면 가스발전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안으로 고려되기 어렵다.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에너지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 '2030년 재생에너지 20%' 목표보다 더 큰 목표를 제시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의 활성화 및 녹색 인프라 구축에 더 구체적이고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주류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의 최우선 과제가 에너지 전환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