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금융 [보도자료] 탈석탄 금융에도 석탄 투자 논란 계속, 기준 강화 필요해 2021-06-30


 

느슨한 탈석탄 투자 기준이 원인… 해외 금융기관은 이미 발빠르게 대처

국민연금과 국내 일부 금융기관도 종합적 탈석탄 투자 기준 마련에 착수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23일 석탄사업에 투자하지 말라는 호주 환경단체의 요구에 따라 호주의 석탄 항만 사업에 참여 중인 인도 아다니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결정은 호주 청소년기후단체와 환경단체 ‘마켓 포시즈’가 호주의 대형 석탄광산 사업인 ‘카마이클 광산’ 사업을 저지하는 캠페인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마켓 포시즈에 따르면, ‘카마이클 광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인도 아다니 그룹의 계열사인 아다니 포트(Adani Ports)는 자회사를 통해 지난해에도 논란이 되었던 “애봇포인트 석탄 터미널(AAPT)”의 운영과 광산과 터미널을 잇는 철도 건설 등 석탄 광산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의 금융 계열사가 호주의 석탄 사업 투자로 환경단체로부터 비판받으면서 실제로 투자를 철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0년 7월 같은 삼성 금융 계열사인 삼성증권도 아다니 소유의 애봇포인트 석탄 터미널 사업에 투자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현지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삼성 불매 운동에 나서면서 이를 반대하자, 결국 터미널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 석탄 개발 사업에 우왕좌왕하는 하는 이유는 석탄 사업에 관한 투자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들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에 한정해 투자하지 않겠다는 근거만 마련한 상황이다. 이마저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사채를 통한 투자만 제한하는 조처며, 국내외적으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추진이 난항인 상황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기관의 투자가 이뤄지는 기업의 매출 구조와 규모가 어떠한지, 석탄 관련 설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없다. 지금과 같은 기준대로라면, 이번 삼성자산운용이 겪은 석탄 투자 해프닝은 앞으로도 쉽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금융권도 투자 리스크를 포괄적으로 진단하고, 사전에 투자 여부를 심도 있게 따져보기 위해선 종합적 탈석탄 투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 주요 금융기관은 발 빠르게 기준을 마련하고 실천 중이다. 악사(AXA) 자산운용은 ▷석탄화력발전소로 30% 이상의 수익을 내거나 전기를 생산하는 회사 ▷매년 2000만톤 이상의 석탄을 채굴하는 회사 ▷10GW 이상의 석탄발전 설비를 보유 중인 회사 ▷신규 석탄 관련 인프라 개발에 참여 중인 회사를 ‘석탄 기업’으로 정의하고 투자 대상에서 전면 배제했다. 알리안츠(Allianz)는 한발 더 나아가 ‘석탄기업’의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늦어도 2040년까지 모든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석탄에 연관된 투자를 종결하기로 공표했다.
 
국내에서도 종합적 탈석탄 투자 기준에 대한 논의도 불씨가 지펴졌다. 지난 5월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석탄채굴·발전산업에 대한 투자제한전략(네거티브 스크리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 연구용역을 진행해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내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가 진행한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개 질의에서도 국내 석탄보험 전체 50% 이상을 차지하는 5개 보험사(DB손해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한화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흥국화재)도 석탄발전과 관련된 일체의 보험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뒤늦게라도 아다니 포트의 주식을 처분하기로 한 삼성생명의 결정은 환영할 만하지만, 이번 해프닝은 국내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의 한계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석탄발전 산업에 대한 대출 및 회사채 투자 제한으로 국한된 현재의 '탈석탄' 기준을 넘어, '석탄 기업' 투자 배제 기준 확립과 주식을 포함한 금융상품 전반에 대한 투자 제한 기준이 조속히 설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의: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김원상, wonsang.kim@forourclimat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