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문재인 대통령의 COP26 산림복원은 정책 변화가 뒤따라야 2021-11-04


 

정부의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 환영하나 국내 산림·에너지 정책은 뒤처져

국제사회 약속 이행과 산림파괴·기후변화 대응 위해서는 바이오에너지 지원 축소 불가피

COP26 산림 및 토지 이용 부문 결과와 한계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을 공식 지지하며 개도국의 산림 회복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공언했다.
 
기후솔루션과 환경운동연합은 120개가 넘는 국가가 서명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에 우리나라가 동참하는 것을 환영한다. 열대림 복원과 선주민·지역사회 지원을 위한 12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산림재원 서약’과 산림파괴 없는 무역체계를 위한 ‘산림·농업과 상품무역(FACT) 대화’ 참여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니셔티브도 한계가 분명하며, 우리나라의 현행 산림 및 에너지 정책은 이들 선언이 그나마 내세운 목표마저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글래스고 정상선언은 2030년까지 산림파괴와 토지 황폐화를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포용적인 지역 전환을 골자로 삼고 있다. 다만 여기에서의 산림파괴는 산지의 농지 및 타 개발 용도로의 전용을 의미하며, 대규모 벌채로 인한 산림훼손 및 파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특히 목재 수확을 위해 천연림을 베고 경제림을 조성하는 행위는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정상선언이 다루는 산림파괴와 다를 바 없다.
 
한국을 포함한 28개국이 참여한 FACT 대화도 무역·시장 내 지속가능성과 공급망 내 투명성·추적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FACT 의장국인 영국 정부도 주지하듯,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이루어지는 팜유, 코코아, 쇠고기, 목재 등의 생산을 위한 산림파괴를 멈추지 않는 한,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는 것은 요원하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FACT 대화 행동 로드맵’에서는 이해관계자 위원회가 제안한 생산·소비에 대한 국제 지속가능성 기준이 누락되었으며, 정부 간 무역 투명성 공개·보고에 대한 합의도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갈 길이 멀다.
 
한국의 현실은 정상선언과 정면 배치돼
COP26에서 진전을 이룬 부문도 그 함의와 요구를 한국 정부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우려된다.  “나무를 키우고 산림을 되살리는 일은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해결책”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발표가 무색하게, 우리나라는 숲을 베어 대형 화력발전소에서 태우는 바이오매스 지원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바이오매스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발급량은 해마다 늘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2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산림청의 목재수급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산 목재 중 12.4%가 바이오매스로 태워졌는데 이는 제재목 수급량과 비등한 수준이다. 또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중 대부분은 무분별한 모두베기를 통해 생산된다. 일반 원목을 섞어 미이용바이오매스로 증명을 받거나, 예정 수집량을 과다 계산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양의 증명서를 발급받는 부정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바이오매스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알려졌지만, 연소 시 배출량을 고려하면 원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화석연료보다 많다.
 
글래스고 정상선언과 FACT 대화가 전면에서 다루는 산림보전과 지속가능한 무역 정책도 한국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목재 펠릿 수입국으로 그 대부분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수급 과정에서 산림파괴와 지속가능성 인증서 위조 정황이 계속 발생해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는 올해 아시아산 목재 펠릿에 한해 특별조사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유럽연합, 미국, 일본에서는 지속가능성 인정 기준을 도입했거나 검토 중이지만, 한국은 최소한의 품질 기준만 적용한다. 합법 벌채 허가서만 제시하면 아무런 제약 없이 목재를 수입할 수 있어 COP26 약속을 담보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산림 및 토지 이용 부문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선주민·지역사회의 권리와 역할을 인정하고 지원하자는 내용에도 한국 정부는 떳떳하지 못하다. 특히 ‘글로벌 산림재원 서약’에 자랑스럽게 서명한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는 위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한국계 기업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팜유 플랜테이션을 개발하며 열대림 파괴는 물론, 토지 강탈, 인권 침해, 지역사회 탄압 등 각종 환경·사회적 물의를 빚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수년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들 기업에 보조금 및 융자를 지원해온 것도 우리나라 정부다.
게다가 최소한의 합법성을 요구받는 바이오매스와는 다르게 팜유 기반 연료는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아무런 제제 없이 수입되어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로 가공된다. 선주민의 땅을 빼앗아 만든 팜유가 재생에너지의 탈을 쓰고 태워져 온실가스로 배출되는 것이다.
 
과거의 실패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 정책부터 변해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미 2014년 뉴욕산림선언을 통해 2020년까지 산림파괴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반면 글래스고 선언은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 산림 국가가 모두 동참해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만큼 FACT 대화의 소작농 지원 워킹그룹에도 참여한 한국 정부도 COP26을 내년 있을 세계산림총회(WFC)를 홍보의 장으로만 보지 말고, 지금껏 지적받아왔던 산림 및 에너지 정책을 수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실질적인 선언 이행을 위해 △산림파괴를 조장하고 기후변화를 악화하는 대형 바이오매스에 대한 정책적 보조를 중단하고 △산림부문 탄소중립 이행전략안에서 무리하게 상향한 목재와 미이용바이오매스 생산 목표를 현실화하며 △액체 바이오연료를 포함한 바이오에너지 인정 기준을 도입해 국내외에서 지속불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원료 사용을 차단해야 한다.
 
유엔의 원칙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를 따라 △선주민과 지역사회를 억압하는 팜유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정부 및 기업 환경·인권 실사를 도입해 산림 상품 공급망 전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는 토지이용변화를 비롯하여 수확, 생산부터 연소까지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에 근거해, 화석연료 대비 확실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는 바이오에너지 외에는 모두 제외해야 한다. 
 
산림보전을 통한 포용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목표로 하는 COP26 선언은 위와 같은 즉각적인 정책 변화가 따라야 비로소 완성되며, 대통령의 약속도 지켜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부족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늦은 탈석탄 목표 연도로 국제사회의 혹독한 검증에 직면해 있다. 산림 및 토지 이용 부문마저 기존의 반기후적인 정책을 유지한다면 ‘역시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문의: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wonsang.kim@forourclimat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