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완성차 등 EU CBAM 확대 앞두고, 한국 수출 생태계 보호할 'K-스틸법' 시행령 마련 초읽기
일본은 이미 '저탄소 철강' 쓴 자동차에 보조금 가산 혜택… 한국은 수소 인프라와 녹색 철강 기준 부재
실질적 '수소환원제철' 전환 이끌 재정·수소·기준·수요 4대 핵심 쟁점 및 가이드라인 제안
요약
글로벌 규제 파고
2026년부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시 한국 철강업계가 부담할 탄소 비용은 10년간 최대 3조 원에 달할 전망. 더욱 치명적인 것은 EU 집행위원회가 2028년부터 CBAM 규제 대상을 자동차 부품, 가전 등 180개 하위 제품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
K-철강의 위기
이는 국내 철강 수요의 약 31%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16%를 차지하는 조선 등 내구재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음. 이미 한국 철강 산업은 높은 탄소배출 구조(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7%, 제조업 전체의 40%)와 중국발 공급과잉, 글로벌 관세 강화로 사면초가 상태. 2025년 3분기 철강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2015년 7.4%였던 영업이익률은 2024년 2.7%로 급락하며 위기 고착화.
시행령의 의미
이에 대응코자 1986년 철가공업육성법 폐지 이후 약 40년 만에 철강 단독 법률인 'K-스틸법(철강산업 저탄소 전환 촉진법)'이 2025년 국회를 통과함. 정부는 'K-GX' 전략을 통해 수소환원제철 사업화 등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으나, 실질적인 지원과 규제의 기준은 2026년 제정될 '시행령'에 위임됨. 2026년 6월 법안 발효를 앞두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시행령 수립 중.
제언
기후솔루션은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을 위해 시행령에 반드시 담겨야 할 4대 과제(①재정 지원 효율화, ②수소 인프라 선제 구축, ③명확한 녹색 철강 기준, ④공공·민간 수요 창출)를 제시.
배경
무역 장벽이 된 탄소, 국내 최대 온실가스 배출산업의 위기
세계 각국은 자국 내 철강 생산 능력을 보호하는 동시에, 저탄소 요구 확대를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고 있음
미국은 타국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해외오염관세법을 검토 중이며,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철강 제품에 대한 탄소 규제를 실질적인 재무 리스크로 격상시킴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6년부터 10년간 한국 철강업계가 EU에 부담해야 할 탄소 비용은 최소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
특히 EU 집행위원회는 CBAM 개정안을 통해 규제 대상을 원자재에서 약 180개 하위 제품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
이는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음
고로의 구조적 한계와 수소환원제철
철강은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7%(제조업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업종임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2025년 3분기 철강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2015년 7.4%에서 2024년 2.7%로 급락
현재 국내 철강 생산의 72%를 차지하는 ‘고로(용광로)’ 공정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기(환원) 위해 막대한 양의 석탄을 태움
이 환원 반응의 결과물로 조강 1톤당 2.0~2.2t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됨
수소환원제철이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낼 때 석탄 대신 수소를 투입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을 발생시키는 혁신 공정을 말함
한국은 분철광석을 직접 환원할 수 있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개발 중이며, 2025년 6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2026년부터 포항에 연산 30만 톤 규모의 실증 플랜트를 구축할 예정

K-스틸법은 뼈대, 시행령은 게임 룰
정부는 이를 국가 과제로 인식하고, 향후 10년간 대규모 재정 투자를 예고한 'K-GX(녹색산업 경쟁력 확보)' 전략을 통해 수소환원제철 실증 및 사업화를 명시
K-스틸법은 큰 틀의 방향성(자본금 지원, 특구 지정, 수요 창출 등)만을 제시한 뼈대라면, 실제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얼마의 예산을 지원할 건지를 결정하는 ‘룰’은 2026년 6월 법안 발효에 맞춰 수립될 시행령에 전적으로 위임됨
즉, 시행령이 기존 고로 설비의 수명 연장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물리적 감축이 없는 강재를 ‘녹색 철강’으로 인정해주게 되면 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 불가능
일본은 한발 앞서 'GX(그린트랜스포메이션)' 정책을 통해 시장을 조성하고 있음
2025년부터 환경 부하(CFP)가 낮은 강재를 도입한 전기차(EV) 등 청정에너지자동차 제조사에 최대 5만 엔의 보조금을 가산해 지급하는 제도를 신설
반면 한국은 아직 명확한 녹색 철강 기준이나 체계적인 수소 인프라 연계 방안이 부재한 상황
핵심 쟁점: K-스틸법 시행령에 반드시 담겨야 할 4가지 조건
K-스틸법은 철강 탈탄소를 국가가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구조적 전환의 근거를 마련함. 이 법이 '허울뿐인 법안'이 되지 않기 위해 시행령은 다음 4가지 핵심 쟁점을 명확히 규정해야 함.
① 재정 지원: '고로 락인(Lock-in)' 예산 축소 및 전환금융 구체화
K-스틸법(제3조, 11조, 13조 등)은 저탄소 공정 전환을 위한 재정 개입과 조세 감면의 근거를 마련함. 그러나 대규모 재정이 기존 체제 유지에 쓰여서는 안 됨.
우려점
단기적인 비용 효율성만 쫓아 고로 내 함수소가스 취입이나 철스크랩 투입 기술 등 '기존 고로 유지'를 전제로 하는 기술에 예산이 집중될 우려가 있음. 이는 궁극적인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지연시키는 '락인(Lock-in) 효과'를 낳을 수 있음.
개선 방향
시행령은 실증-상용설비 확보-단계적 전환(현 고로 11기 전면 전환)에 이르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 범위를 구체화해야 함. 특히 K-GX 기반 전환금융 지원과 더불어 배출권거래제(K-ETS) 수익 등 기후대응기금과 연계해, 탈탄소 기여도에 따른 엄격하고 차등적인 선별 지원 원칙을 명시해야 함.
② 수소 인프라: '수소 없는 수소법' 리스크 해소를 위한 인프라 선제 구축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의 핵심 재료는 막대한 양의 청정 수소와 전력임. 기후솔루션 추산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상용 설비 단 1기(연산 250만 톤급) 가동에만 연간 22.5만 톤의 수소가 필요함. 전력과 수소 인프라는 비용과 경제효과 차원에서 국가 차원의 투자 영역임. 철강특구 및 철강산업 전환에 대한 수소 인프라 도입 관련 내용을 수소이행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함.
우려점
법 제28조는 철강용 수소 공급망 확충을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반영하도록 했으나, 현행 제도상 이를 주기적으로 재검토하고 갱신할 체계가 부재해 안정적인 수소 확보를 담보할 수 없음.
개선방향
시행령을 통해 산업용 대규모 수요를 전제로 한 전용 배관망 구축 및 국내 생산 및 해외 조달 계획 등 수소 인프라 선제 구축을 의무화해야 함. 철강특구 내 대규모 재생에너지 연계 및 청정수소 생산시설 도입에 대한 명확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함.
③ 녹색 철강 기준: '탄소감축량 할당' 배제 및 '슬라이딩 스케일'을 레퍼런스로 등급제 도입
‘녹색 철강’에 대한 명확한 기준 및 인증체계 확립을 통해 통상리스크, 탄소 비용 산정 및 규제에 대응할 필요성이 대두. 명확한 기준과 인증체계는 투자자 및 고객 신뢰를 확보하고, 장기 공급계약과 녹색 프리미엄 시장 진입에 경쟁력으로 작용. 최근 글로벌 금융기관과 주요 수요기업을 중심으로 ESG 기반 투자 및 조달 기준이 강화되고 있어, 철강 제품의 실제 탄소감축 수준에 대한 검증 요구가 확대되는 추세임. 현재 국내 녹색철강 정의 및 기준이 부재한 상태임.
재정 지원과 수요 창출의 출발점은 ‘무엇이 저탄소 철강이냐'를 가르는 기준(법 제10조, 17조).
우려점 (탄소감축량 할당의 위험성)
일본 등이 추진하는 '탄소감축량 할당(Allocated CFP)' 방식은 기업이 여러 사업장에서 감축한 실적을 모아 특정 제품의 탄소발자국(CFP)을 서류상으로만 낮추는 매스밸런스(Mass Balance) 꼼수. 이는 실제 감축 공정을 거치지 않은 제품까지 '저탄소'로 포장하는 치명적 그린워싱을 초래함.
개선방향
공정별 감축 활동을 엄격히 구분해 물리적 감축에 기반한 '슬라이딩 스케일(Sliding Scale, 등급 구분)을 레퍼런스 삼아 등급제를 도입해야 함. 저탄소 철강과 녹색 철강을 명확히 구분하고, IEA(국제에너지기구) 기준 등에 맞춰 녹색 철강은 '탄소 집약도 0.4 미만' 및 '화석연료 믹스 금지'라는 강력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해야 함.
④ 수요 창출: 공공조달 마중물부터 완성차(GX) 등 민간 시장 확대까지
초기 녹색 철강은 생산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음. 정부가 강력한 '시장 조성자'로 나서 단기 수요를 견인해야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음(법 제22조).
공공의 마중물
조달청, 지자체 등 국가 기관이 배출량 기반으로 저탄소 철강을 의무적으로 우선 구매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함.
민간 수요 창출 (일본의 선례)
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자발적 구매를 유도할 보조금이 필요. 일본은 2025년부터 전기차(EV) 등 보조금(CEV) 산정 시, 환경 부하가 낮은 GX 강재를 도입한 자동차사에 최대 5만 엔의 보조금을 가산해 지급함. 한국 시행령 역시 세제·금융 지원을 넘어 전방 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연계 방안을 명시해야 함.
결론: K-스틸법이 가져올 궁극적 기대 효과
K-스틸법 시행령이 위 4가지 핵심 과제를 제대로 담아내 촘촘한 '전환 지원-인증-조달'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기대되는 효과는 분명함.
첫째, 철강 산업은 기존 고로 중심의 탄소 집약적 구조에서 벗어나 수소환원제철 중심의 저탄소 생산 체계로 단계적으로 재편될 수 있음. 이는 단순한 감축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의 전환을 의미함.
둘째, 철강 산업은 고질적인 탄소 비용 리스크와 중국산 저가 철강의 굴레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그린스틸'이라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음
셋째, 철강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자동차, 조선, 가전 등 대한민국 주력 수출 산업들이 2028년 글로벌 탄소 장벽을 무사히 뛰어넘어 압도적인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됨
K-스틸법 시행령은 단순한 산업 지원책을 넘어 고로 이후의 산업 구조로 이동하는 전환법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시험대이자, 글로벌 녹색 철강 시장 선점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명확한 생존 가이드라인임. 정부는 IEA 등 국제 기준과 정합성을 갖춘 엄격한 인증 기준을 세우고, 수소 인프라 확충과 공공·민간 수요 창출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명시해, 한국 철강 산업이 진정한 넷제로(Net-Zero) 생태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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