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2

깨끗하다는 거짓말

발행일
2026-07-13

편집자
권오성

가스가 석탄을 대체할 깨끗한 '징검다리 연료'라고요?

우리는 오랫동안 가스(LNG)가 석탄보다 깨끗한 친환경 에너지라고 믿어왔습니다.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만’ 보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전력 1MWh를 만들 때 석탄은 약 889kg을 내뿜지만, LNG는 389kg으로 절반 수준이니까요.

하지만 가스의 진짜 얼굴은 굴뚝 밖에서 드러납니다. 땅에서 캐내고, 액체로 얼려 바다로 나르고, 마침내 우리 동네 발전소에서 불태우는 전 과정을 합친 성적표,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주기 배출량을 따져보면? 이야기는 완전 달라집니다.

가스의 진짜 성적표가 나쁜 가장 큰 이유는 주 성분인 메탄 때문입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80배나 강력하게 열을 가두는 슈퍼 온실가스입니다. 지금까지 지구가 뜨거워진 이유의 약 30%가 바로 이 메탄 때문이죠.

가스 업계는 메탄이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짧으니 괜찮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짧고 굵게 열을 가두기 때문에 당장의 기후 임계점 돌파를 미친 듯이 앞당기는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평가 보고서도 메탄이 현재까지 지구 온도를 약 0.5도(전체 온난화의 약 30%)나 끌어올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진짜 문제는 이 메탄이 가스가 이동하는 모든 길목에서 줄줄 새고 있다는 점입니다.

땅에서 캐낼 때

LNG의 주원료인 천연가스(셰일가스)를 땅에서 뽑아낼 때부터 메탄은 공기 중으로 대량 방출됩니다. 특히 미국처럼 바위를 깨부숴 가스를 캐는 수압파쇄법(프래킹)을 쓸 때 엄청난 양이 새어 나오죠.

2024년 코넬대학교 로버트 하워스 교수의 연구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가스를 캐내서 태울 때까지의 모든 배출량을 합쳐보니, 가스가 석탄보다 기후에 33%나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LNG는 어떤 가정을 적용하더라도, 심지어 가교 연료라는 전제를 두더라도 항상 일반 천연가스보다 더 큰 기후 발자국을 남긴다. 결국 석탄보다 상당히 나쁜 결과를 낳는다." ㅡ 로버트 하워스 코넬대 교수

심지어 최종 소비자가 발전소에서 LNG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배출량의 3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65%는 채굴, 액화, 운송 과정에서 이미 뿜어져 나온다는 뜻입니다.

바다를 건널 때

바다를 건너오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스를 배에 실어 나르려면 영하 162도로 꽁꽁 얼려야 하는데, 이 액화 단계에서만 LNG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가스를 싣고 달리는 거대한 LNG 운반선들은 배에 실은 가스 일부를 엔진 연료로 씁니다. 이때 가스가 엔진에서 다 타지 않고 그대로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메탄 슬립' 현상까지 일으킵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LNG 운반선에서 나오는 메탄 배출량은 최근 몇 년 새 무려 180%나 폭증했습니다.

생태계 파괴도 심각합니다. LNG 운반선의 엔진과 프로펠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주파 소음은 무려 190데시벨에 달합니다. 제트기 소음보다 큰 진동이 바닷속을 수십 킬로미터나 휩쓸고 지나가는 셈이죠.

소리로 대화하고 길을 찾는 고래류에게 이 소음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습니다. 방향 감각을 잃고 해변으로 밀려와 죽거나, 사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됩니다. 어류와 무척추동물의 산란율과 부화율도 떨어져 먹이사슬 전체가 흔들리고, 결국 그 바다에 기대어 사는 어민들의 생계까지 무너집니다.

실제로 '바다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필리핀 베르데 섬 해협이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멕시코 캘리포니아만 같은 생태계의 보고가 LNG 운반선의 핵심 항로가 되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43종의 해양 포유류와 지역 주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죠.

여기에 항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선박 충돌, 좌초, 연료 유출 사고 위험까지 더하면 '깨끗한 에너지'라는 이름표는 더욱 무색해집니다.

불태울 때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온 가스가 드디어 발전소에서 타오를 때, 문제는 우리 집 앞마당에서 터집니다. LNG 발전소는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벤젠, 그리고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 같은 치명적인 대기 오염물질을 내뿜거든요.

특히 가스 발전소만의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발전 단가가 비싸서 전기가 부족할 때만 수시로 껐다 켰다(가동과 중단)를 반복하는데요. 이렇게 터빈을 껐다 켜는 과정에서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 오염물질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와요. 마치 자동차가 시동을 걸 때 매연을 훅 내뿜는 것처럼,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와 미연탄화수소가 배출됩니다.

더럽다며 도심 밖으로 쫓겨난 석탄 발전소와 달리, ‘깨끗하다’는 포장 덕분에 가스 발전소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인구가 빽빽한 도심 한복판에 버젓이 지어집니다.

심지어 굴뚝 높이도 석탄 발전소(100m 이상)보다 훨씬 낮아서(70m), 굴뚝을 빠져나온 발암물질과 초미세먼지들이 고스란히 우리 동네 주민들의 호흡기로 곧장 날아듭니다.

징검다리가 아닌 끝이 막힌 낭떠러지

가스 업계는 오랫동안 가스를 '탄소중립으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최신 과학과 현실은 이 징검다리가 사실 끝이 막힌 낭떠러지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캐낼 때 새는 메탄, 나를 때 망가지는 바다, 태울 때 동네를 덮치는 발암물질까지.

굴뚝 밖의 진짜 성적표를 매겨보면, 가스는 깨끗하기는커녕 크고 은밀하게 기후와 생태계를 망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요? 노후 석탄발전소를 끄고 그 자리에 가스발전소를 짓고, 쓸모없어질 거대한 가스 터미널을 새로 올리며, 막대한 공적 자금으로 해외 가스전을 파고 배를 짓고 있습니다.

"깨끗하니까 당분간 쓴다"는 명분은 진작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토록 위험한 거짓말에 수십 조 원의 세금을 쏟아붓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다음 편, '안전한 투자라는 거짓말'에서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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