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3

안전한 투자라는 거짓말

발행일
2026-07-13

편집자
임소연

"가스는 돈이 된다"

뉴스에서 연일 터지는 K-조선의 가스선 수주 잭팟 소식을 보며 내심 뿌듯하셨나요? 1척당 3700억 원이 넘는 배를 전 세계에서 쓸어 담고 있다니, 가스야말로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릴 가장 든든하고 안전한 투자처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하는 사이, 화려한 잔칫상의 청구서가 우리 앞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 때문에 가스 밸브를 잠그고 있는 지금, 낡은 가스 산업에 돈을 쏟아붓는 건 투자가 아니라 시한폭탄을 사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도 한국은 아프리카 먼바다에서 가스를 캐내는 것부터, 바다 위로 실어 나르고, 텅 빈 국내 항구로 들여오는 모든 과정에 어마어마한 세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안전한 투자’란 거짓말에 속아서 말이죠.

1만 km 밖에서 캐내는 '블라인드 투자’

동해 앞바다를 들썩이게 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 기억하시나요? 당장이라도 산유국이 돼 떼돈을 벌 것처럼 밀어붙였지만, 막대한 탐사 비용만 날리고 국가적인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 끝에 결국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막을 내렸죠.

그런데 가스전에 꽂힌 이 무모한 베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무대만 우리 집 앞바다에서 1만 km 떨어진 아프리카 모잠비크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최근 한국가스공사는 모잠비크 해상에 있는 '코랄 노스'라는 새로운 가스전 사업에 약 7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돈을 벌겠다는 명분이었죠.

우리가 주식에 단 돈 몇 만 원 투자할 때도 재무제표를 꼼꼼히 보는데, 공기업이 국민 세금 7500억 원을 쓸 때는 어땠을까요? 황당하게도 가스공사는 이 사업이 진짜 돈이 되는지 따져본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꽁꽁 숨겼습니다.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주주와 국민에게조차 계산기를 보여주지 않아, 결국 2024년 기후솔루션 등 시민단체가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왜 이렇게 숨기는 걸까요? 사실 가스공사는 코랄 노스의 쌍둥이 형제 격인 '코랄 술' 사업 등 모잠비크 가스전에 과거부터 1조5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왔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처참했어요. 사업 지연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고, 투자비 회수율은 반토막 났으며, 부채비율은 430%로 치솟았죠. 이 엄청난 실패를 만회하겠다며 똑같은 바다에 7500억 원을 또 밀어 넣는 거예요.

결국 가스공사의 소액주주를 포함한 청년들이 법원에 이 투자를 당장 멈춰달라며 2025년 집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지금 전 세계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를 줄여가고 있는데, 막대한 온실가스를 뿜어낼 새 가스전을 파는 건 머잖아 가스를 팔지도 못할 '좌초 자산(쓸모없어지는 자산)'을 만드는 꼴이라며 투자를 멈춰달라는 소송을 낸 겁니다.

바다 위에 띄우는 58조 원짜리 시한폭탄

가스를 캐내는 데만 수천억 원이 드는 게 아니에요. 이걸 실어 나르는 단계로 오면 판은 수십 조 원 단위로 커집니다.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약 79%를 한국에서 만듭니다. 뉴스에서는 ‘수주 잭팟’이 터졌다고 축포를 쏘아 올리죠.

거대한 배를 짓는 데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해운사나 조선소가 한 번에 감당할 수 없으니,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이 든든한 물주 역할을 해줍니다. 최근 10년간 이들이 LNG 운반선에 쏟아부은 돈은 무려 58.8조 원에 달합니다. 수출입은행 한 곳에서만 41.3조 원이 나갔죠.

이 막대한 돈이 향한 곳은 과연 안전할까요?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해 가스가 퇴출당하는 시대 흐름과 달리, 바다 위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이미 운항 중인 LNG 운반선의 수가 엄청난데, 현재 321척(약 690억 달러/100조 원 규모)이 추가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굴러가는 전체 선단의 39%에 달하는 물량입니다. 특히 2026년 올해만 역대 최대 물량인 80~90척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옵니다.

이렇게 배를 무작정 찍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를 지킬 경우, 2035년이면 무려 520억 달러 규모의 LNG 운반선 중 51%가 일거리를 잃고 '좌초자산'이 될 거란 경고가 나옵니다. 원유를 나르던 배는 화학제품용으로 개조라도 할 수 있지만, 영하 162도를 유지해야 하는 LNG선은 다른 용도로 바꾸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요. 가스 수요가 줄어들면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고철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죠.

상황이 이렇게 위험한데도 우리의 공적 금융은 폭주하고 있습니다. 배를 지으려면 최소한 "완성되면 빌려 쓰겠다"고 약속한 고객(용선처)이 있어야 하는데,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120건 중 19%인 23건은 이런 고객조차 없는 '투기 발주'였거든요.

경고등은 이미 켜졌습니다. 인도된 지 3년밖에 안 된 선박 2척의 가치가 뚝 떨어지며 '재무 건전성 기준'을 위반하는 사태가 벌어졌죠. 하지만 은행은 이를 부실 대출로 잡아 방어 자금을 쌓는 대신, 일회성 면제(Waiver) 처리를 해주며 잠재적 부실을 덮어버렸습니다.

설상가상 수출입은행이 약 2.7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한 대상 중에는 ‘카타르 국영 해운사’가 있습니다. 만약 또 중동에 전쟁이나 갈등이 터져 카타르가 불가항력 선언을 하며 가스 수출을 멈춰버리면? 가스를 나를 필요가 없어진 선사들은 배를 나중에 넘겨 받겠다고 일정을 미뤄버립니다. 배 인도가 한 달만 지연돼도 한국 조선소들은 척당 1900억 원에서 21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제때 받지 못해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게 돼요.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가 한국 조선소와 금융기관의 목줄을 죄게 되는 거죠.

12조 원짜리 유령 항구를 짓는 나라

한국에 도착한 영하 162도의 액체 가스는 다시 기체로 녹여주는 거대한 항구, 'LNG 터미널'로 갑니다. 가스 산업의 종착지죠.

그런데 최근 이 터미널들도 상황이 안 좋습니다. 식당에 찾아올 손님은 반토막 났는데, 수천억 원을 들여 가게만 증축하고 있는 꼴이거든요.

우리 정부는 2036년까지 국내 가스 수요가 16.5% 줄어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가 태양광과 풍력으로 넘어가면서 가스보일러와 가스발전소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서예요.

그런데 가스공사는 거꾸로 움직이고 있어요. 이미 한국은 세계 3위 수준의 LNG 터미널 용량을 꽉꽉 채워 갖고 있음에도, 충남 당진에 약 3조3000억 원을 더 들여 터미널을 넓히고 있습니다.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지금도 전국 LNG 터미널의 평균 이용률은 20% 안팎이에요. 피크 시기인 한겨울에도 이용률이 40%를 넘지 않습니다. 지금 있는 것도 제대로 쓰지 않으면서 거액을 들여 LNG 터미널을 더 지으려는 이유는 뭘까요?

가스공사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가스 비축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비축 의무일’은 9일입니다. 현재 전국 LNG 터미널의 비축 능력은 무려 55일. 이미 정부가 정한 비축 의무일의 6배를 초과하는 저장 능력을 가진 거예요. 당진 LNG 터미널 3단계 확장 완료 시 이는 최대 67일까지 늘어납니다. 말 그대로 ‘과잉’이죠. 심지어 ‘저장 용량’을 늘린다고 에너지 안보가 확보되는 것도 아니에요. 가스는 그 물리적 한계 때문에 오랜 기간 저장할 수 없어요. 가스탱크 내외 온도 차로 인해 지속적인 ‘기화 손실(증발)’이 일어나거든요.

이렇게 지어 놓고 쓰지 못하게 될 LNG 터미널들로 인해 증발할 우리의 세금은 최소 6.6조 원에서 최대 12.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요. 당진 LNG 터미널 단일 사업에서만 약 6376억 원에서 최대 877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좌초자산이 발생할 위험이 있고요.

이제 무서운 묻지마 베팅을 멈춰야 할 때

공급은 넘쳐나고, 탄소 규제는 매섭고, 손님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스 산업은 이제 가장 안전한 투자가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빚더미 폭탄이죠. 이런 상황 속에서도 수출입은행은 빠르면 이달 중 LNG 운반선 금융에 약 71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추가로 부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과거의 화석연료에 우리의 세금과 미래를 밀어넣어야 할까요? 한국 경제와 조선업이 진정으로 살길은, 곧 빚더미가 될 LNG선이 아니라 해상풍력 설치선이나 진짜 청정 연료 시스템 같은 미래 인프라로 방향을 트는 거예요. 캐내고, 나르고, 들여오는 모든 과정에서 수조 원짜리 빚을 쌓아 올리는 이 무서운 묻지마 투자를 이제는 정말 멈춰야 할 때입니다.

기후솔루션

대표

김주진

사업자등록번호

561-82-00137

주소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1나길 5 헤이그라운드 5층 505호 (04779)


TEL

02-6013-0137 (대표 번호)

02-6239-0138 (채용 문의)

02-6239-0139 (언론 문의)

02-6459-0140 (후원 문의)